여성할당제, 여성의 힘이 돼줄까?
여성할당제, 여성의 힘이 돼줄까?
  • 박은경 기자
  • 승인 2020.03.1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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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고 우리 사회 속 여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과 관련된 정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안은 ' 여성할당제'다. 여성할당제란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여러 분야의 채용이나 승진에 있어서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다. 이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고,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과 정치권에서의 여성할당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대학 내 여성할당제 실시

지난 1월, 국회에서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대학 내 여성할당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화제가 됐다. 기존 교육공무원법 조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학의 양성평등한 교원 임용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법이 무색하게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등교육기관 내 여성교원 비율이 2019년 기준 26.2%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부산권 대학의 전임교원 임용 성비 현황을 살펴보면, 부산권 내 국립대의 여성교원 비율은 △부산대 18.7% △부경대 9.5% △한국해양대 6.9%로 부산대를 제외한 두 대학이 국·공립대 여성교원 비율인 16.8%를 넘지 못했다. 전체 고등교육기관 내 여성교원 비율인 26.2%에는 세 대학 모두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이렇듯 캠퍼스 내 남녀 교원 성비 격차를 줄이기 위해 1월에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는 '전체 국·공립대의 교원 중 특정성별이 4분의 3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이는 이전보다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국·공립대의 여성 교원 비율을 최소 25%로 만들어야함을 의미한다. 국공립대학교 여교수회연합회장 길양숙(강원대 교육학) 교수는 "국공립대의 여교수 증가 시 여성 전문인에게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국공립대의 여성 롤모델이 학교와 사회의 성 불평등 해소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女보세요"... 국공립대 여교수 25% 상향 발돋움_교수신문 2020.02.01. 참고]

그렇다면 사립대의 사정은 어떨까. 2019년 우리 대학교의 여성교원은 전체 교원 710명 중 187명으로 약 26.3%를 차지했다. 또 다른 사립대인 경성대는 전체 교원 429명 중 여성교원 수 112명으로 26.1%를, 동의대는 전체 교원 548명 중 여성교원 수 124명으로 22.6%를 차지했다. 4년제 사립대 여성 전임교원의 평균 비율이 28.5%인 것에 비하면 유사하거나 조금 적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사립대의 사정은 국공립대보다는 조금 나아 보인다. 하지만 양성평등 기본법에 비하기엔 사립대의 여성교원 비율도 형편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사립대와 관련된 법안에서는 양성평등을 위한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대학 이숙진(사회복지학) 교수는 "양성평등기본법에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는 것에 비하면 여성 교수 의무 할당 비율인 25%는 적은 수치"라며 "이 비율은 점차 확대돼야 하며, 현재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정치권 내 여성할당제 모습

여성할당제는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도에 도입된 여성의원할당제는 여성 비례대표를 30% 할당하는 내용으로 법제화됐지만 실질적인 순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02년에는 비례대표 공천 시 홀수 순번에 여성을, 짝수 순번에 남성을 할당하는 남녀교호순번제를 도입해 50% 여성 할당이 비례대표로 반영되도록 법을 개정했다. 또한 2004년에는 지역구 여성 후보 30%를 추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여성의원할당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적 추세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국제의회연맹(IPU)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3개국의 여성 국회의원 평균 비율은 24.3%로 나타났다. 이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의원 수치인 17.6%는 한참 부족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여성의원 비율은 △2005년 13.4% △2010년 14.7% △2015년 16.3% △2019년 17.0%로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전체 의원 129명 중 여성의원은 23명(17.8%), 미래통합당의 전체 의원 119명 중 여성의원은 19명(15.9%)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재 부산시에 존재하는 시의원은 총 46명이지만 이 중 여성의원은 불과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지난 25일, 부산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이하 부산여협)에서 '제21대 총선 여성 후보자 30% 공천 약속 실천'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산여협은 성명서를 통해 △전략 공천지역에 여성 후보자를 대폭 확대할 것 △각 정당의 당선가능 지역에 여성후보자를 공천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각 정당들이 편협한 성 차별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거나 여성들의 기대를 정치적 전략도구로 활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성할당제가 나아갈 방향

여성할당제의 도입은 우리 사회 속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한 발판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여성할당제는 대학과 정치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점차 개선돼 우리 사회에 알맞은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2003년 '여성이사(임원)할당제'를 처음 법제화한 노르웨이는 이사회 정원이 2~3명일 경우 반드시 여성·남성 각각 1명 이상의 이사를 두고 4~5명일 경우 각각 2명 이상, 6~8명일 경우 각각 3명 이상, 9명 이상일 경우 각각 40%의 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이슬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의 주변 국가로 확산돼, 이를 도입하지 않을 시 강력한 패널티 정책을 시행하거나 할당비율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자율정책 등을 펼치며 여성할당제를 장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할당제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여성할당제가 더 나아가 '남녀동수법'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남녀동수법은 정당이 대표자 선출을 위한 후보 공천을 할 때 남녀의 수를 동일하게 공천하는 것을 뜻한다. 이 법은 프랑스의 △지방의원선거 △하원의원선거 △유럽의회의원선거 △상원비례대표선거 등에 적용된다. 여성할당 비율을 지키지 않은 정당의 후보자명부는 접수할 수 없으며, 더불어 정당 국고보조금이 줄어들게 된다.

노은진(정치외교학 3) 학생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존재한다. 이는 몇몇 공기업·금융권 및 민간기업 채용 과정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사회 진출에 있어서 성별이 영향을 줘서는 안 되며, 남녀 모두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할당제가 그 과정에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절충안을 찾아나가면서 적절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여성할당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숙진 교수는 "여성의 대표성, 여성 차별 및 배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각 영역에서 여성이 약 40% 이상을 차지해야 성별 균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어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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