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돌이, 집순이 아니죠 '홈루덴스족'입니다
집돌이, 집순이 아니죠 '홈루덴스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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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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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 정착에 열을 올렸다. 그 영향으로 사람들은 야외에서 활동적인 여가생활을 즐기기보다는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을 찾고 있다.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야외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평소처럼 즐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집 안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홈루덴스족'이다. 
일러스트레이션=장하윤 기자, 정영림 인턴기자
<일러스트레이션=장하윤 기자, 정영림 인턴기자>

홈루덴스족, 그들이 궁금하다 

홈루덴스족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단어로,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유희·놀이를 뜻하는 루덴스(Ludens)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이는 자신의 주거공간에서 휴식을 즐기고 휴가를 보내는 이들을 지칭한다. 

과거에는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을 '집돌이' 혹은 '집순이'라고 부르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홈루덴스족은 과거의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집순이, 집돌이가 집에서 칩거하는 것이 대부분인 반면, 홈루덴스족은 집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홈루덴스족의 수는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 밀레니얼세대 3,8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홈루덴스족 현황'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72.3%)이 스스로를 '홈루덴스족'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홈루덴스족에 대한 인식 또한 상당히 긍정적이다. 응답자의 약 69.1%가 홈루덴스족에 대해 '혼자 잘 노는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답했고 △여유를 좋아하는 사람(35.8%)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23.7%) △자유로운 사람(23.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에 우리 대학교 위미연(아동학 2) 학생은 "집 밖에 나가서 여가시간을 보내려면 화장도 해야 하고 돈도 많이 쓰게 돼, 자연스레 집에서 여가 생활을 보내며 홈루덴스 문화를 즐기고 있다"며 홈루덴스족이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홈루덴스족, 왜 증가했을까?

홈루덴스족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4%가 '1인가구의 증가와 개인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신조어)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을 꼽은 응답자는 30.8%였다. △디지털 콘텐츠의 발달(17.7%) △배달 앱의 보편화(6.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우리 대학 송유진(사회학)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남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혼자서 편하게 즐기려는 경향이 늘어났으며 스마트폰과 각종 기술 발달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능하면 필요한 모든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늘어난 것도 홈루덴스족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최근 홈루덴스족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화'가 홈루덴스족을 증가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전명수(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현대사회의 시스템에서는 상대적으로 건강과 안녕, 평화보다는 물질적 부와 이익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현대인들이 갈등과 피로감을 야기하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자제하면서 홈루덴스족이 된 것"이라며 홈루덴스족의 증가와 현대인들의 정신적 황폐화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했다.

집에서도 잘 놀아요

대표적인 홈루덴스족의 문화에는 △홈시네마(Home+cinema) △홈쿡(Home+cook) △홈트레이닝(Home+training) △홈카페(Home+cafe) △홈데코(Home+decoration) △홈캠핑(Home+camping) △홈오락실 등이 있다. 그 중, 홈캠핑은 기존 야외캠핑의 수고스러움을 덜면서 캠핑 분위기를 집에서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텐트, 그릴, 각종 먹거리들을 준비하고 거실이나 베란다에 텐트를 설치한 후 바비큐 같은 음식을 먹으며 집에서도 손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홈루덴스족의 문화에서 '홈카페'를 빼놓을 순 없다. 홈카페는 집에서 직접 자신만의 메뉴를 만들고 즐기면서 맛뿐만 아니라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믹스커피를 뜨거운 물에 녹여 약 400번을 휘저은 후 우유를 부어 마시는 '달고나커피'가 SNS상에서 유행하며 홈카페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한 집에서 한 끼를 때우기 위해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것과 달리 오직 나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하며 만족감을 얻는 '홈쿡'은 홈루덴스족의 대표적인 문화다. 홈쿡을 즐기는 배지현(응용생물공학 2) 학생은 "밖에서 음식을 먹는다면 맛은 보장되지만, 돈을 많이 쓰게 돼 경제적으로 부담이다. 하지만 집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 돈도 절약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커지는 홈루덴스족 겨냥 사업시장

홈루덴스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사업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홈시네마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빔프로젝터, 홈쿡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1인용 요리기구 등과 같은 '홈루덴스족 맞춤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홈캠핑 용품의 판매도 증가했다. 최근 홈캠핑을 하며 집안에서 작은 모닥불을 만들어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인 이른바 '불멍'이 인기를 끌며 관련 상품의 판매가 급증했다.

홈루덴스족의 증가에 발맞춰 식료품 산업도 과거에 비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식료품 제조 산업 관계자는 "홈루덴스족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1인이 즐길 수 있는 식품류를 과거보다 다양한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1인 소비시장의 확장이 계속될 것이라 예상해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홈루덴스족을 위한 사업시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유대감 약화 우려도 있어

그러나 홈루덴스족의 증가세를 마냥 긍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송유진 교수는 "불필요하게 남들과 어울려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꺼리면서 혼자 집에서 노는 것에 치우치면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거나 극단적 개인주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홈루덴스족의 지나친 증가를 우려했다. 이우솔(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 학생은 "다양한 SNS의 발달로 집에 있어도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노는 것과 비교했을 때 SNS는 한계가 있다. 홈루덴스족의 증가로 젊은 층에서 인간관계의 유대감이 사라진다면 사회적 고립이 발생할 것 같다"고 홈루덴스족의 증가의 부작용에 대해 말했다.


 신우경 기자, 이민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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