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文壇)에 들기 위해 문단(文段)을 쓴다
문단(文壇)에 들기 위해 문단(文段)을 쓴다
  • 김효정 기자
  • 승인 2020.12.0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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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가 열리는 12월은 습작생들이 등단을 위해 정진하는 달이다. 산악인이 산을 등반하듯 습작생들은 등단의 과정을 거친다. 허나 산행처럼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던 문학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등단 방식에도 다양성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예비 작가들의 길을 평탄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등단을 준비하는 겨울이 온다

신춘문예는 매년 12월 신문사의 공모를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행사다. 과거에는 작가 데뷔의 길이 다양하지 않았기에 지망생들에게는 신춘문예가 등단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졌다. 현재도 수많은 신문사에서 신춘문예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단편 소설·시·희곡·문학평론 부문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자는 6,612명이었다. 이는 735대 1의 경쟁률에 달한다. 그러나 신춘문예는 심사위원들과 신문사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어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신춘문예 당선을 '복불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교 대학원 석사 졸업 후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두 번이나 당선된 김가경 작가는 "신춘문예에 당선된다 해도 작가의 길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신춘문예 출신자는 스스로 발표 지면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홀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며 신춘문예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춘문예 외에도 문학상과 문예지가 기존 등단 방식으로 제시돼왔다. 문학상의 경우 출판사가 매년 작품을 뽑아 작가에게 상을 준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이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문예지 또한, 출판사에서 신인 발굴을 진행하지만 잡지를 통해 글을 싣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부산지부(이하 부산작가회의) 청년문학위원장 한경화 소설가는 "우리나라 등단 문화가 제도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분야들과 달리 문학계는 좋은 작품이 여러 개가 나오더라도 하나의 작품만을 뽑거나, 1등 없는 2등을 내지 않는다"는 등단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실제로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가 있었다. 우수상 수상자 중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다. 출판 계약서에 '상을 받는 대신 작품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3년간 양도하고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쓰지 못한다'는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굳건히 형식을 유지하던 신춘문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선일보>는 2008년부터 논픽션 공모를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언론사 최초로 게임 스토리 부문을 추가했으며 2012년에는 만 39세 이하 청년 작가 지망생에게 초점을 맞춘 '한경 청년 신춘문예'를 신설했다. 이렇듯 여러 신문사가 신춘문예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존과 차별화를 둔 새로운 신춘문예가 생겨 나고 있다.

또한, 신춘문예만을 등단의 기준으로 삼던 과거를 뒤로하고 독립출판과 웹소설 등 다양한 소설 등단 및 출판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은 과거에는 가벼운 수준으로만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2013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웹소설 매출은 1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0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업으로 웹소설을 쓰는 겸업 작가도 있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커지며 이를 본업으로 두는 작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대학 김재민(한국어문학 1) 학생은 "소설가로서의 등단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성장 가능성이 큰 웹소설 분야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등단 방식이 아닌 웹소설도 이미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제치고 인기 작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토로했다.

인터넷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출판사 '고즈넉이엔티'는 지난해 4월 토종 스릴러 문학 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제1회 K스릴러 작가 공모전'을 시행했다. 당선인들은 등단 여하에 관계없이 6개월간의 멘토링 과정을 거쳐 전자책 및 종이책 출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올해엔 당선작 중 하나인 『행복배틀』(주영하, 고즈넉이엔티, 2020)의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이와 유사하게 작가 플랫폼 '브런치'에서도 지난 9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선자 10인은 출판사 10곳에서 출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총 5,000만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출판된 책들로는 베스트셀러『90년생이 온다』(임홍택, 웨일북, 2018),『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웅진지식하우스, 2018) 등이 있다.

우리 대학 함정임(한국어문학) 교수는 "20세기에는 많은 작가가 등용문 제도를 통해 등단했고 이는 한국 문학사에서 큰 줄기를 이뤄왔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신춘문예가 독보적 등용문인 시대에서 변화해 다양한 플랫폼과 공모전들이 등장하며 신춘문예와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정 기자
 Juwon1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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