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썩은 동아줄이 되지 않길
│사각사각│ 썩은 동아줄이 되지 않길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1.12.06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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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오늘도 사각(死角)과 여러 각도(角塗)를

조명하며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낸다. 

관련 기사: 법의 그늘에서 일하는 현장 실습생
 

조민서 기자

여수에서 홍정운 군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합동 조사가 이뤄지고, 새로운 법안 발의에 관한 논의도 등장하면서 현장 실습에 대해서 많은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하는 큰 숙제를 맡은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래를 점검하기 이전에 과거를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현장 실습이라는 취지는 잘못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현장에서의 실무 능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 실습이 시행되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현장 실습에서 발생하는 부당함과 악습은 지속돼 왔다.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과 전문가들은 다 같이 입을 모아 '현장 실습생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학생 △정직원은 노동법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실습생은 이들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값싼 노동력 취급을 받아 왔다. 


사실 홍 군은 현장 실습생이기 이전 6개월은 아르바이트생 신분이었다. 그 당시엔 위험한 잠수 작업에 투입되지 않았는데, 현장 실습생으로 신분이 바뀐 후 열흘 만에 잠수 작업에 투입됐다. 해당 사건만 봐도 현장 실습 구조가 기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일 땐 추가 수당을 줘야 하니 강도가 높은 업무를 시키지 않고, 현장 실습생이 되자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젊은 청년의 열정을 약점 삼아 고위험군 노동을 시킨 것이다. 


이번 사건은 사업주의 잘못이 크다. 그래서 그 사업주는 현재 법적인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사업주 개인의 잘잘못보다 법을 비롯한 사회적 장치 재정립의 필요성을 말하고 싶다. 기자는 과거 길거리에서 떨어진 돈을 줍고도 주인을 찾기 힘들어 그 돈을 지갑에 넣은 경험이 있다. 이는 엄연한 잘못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이 기자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에 대다수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남이 피해를 보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법의 심판을 받는 게 아니라면 괜찮다고 합리화하며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사업주는 현장 실습생에게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부조리와 부당한 처우를 행한 것이다.


현장 실습처라는 곳은 어떻게 보면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청년들에게 동아줄과 같은 존재다. 매년 낮아지는 청년 취업률과 더불어 계속해서 발생하는 청년 산재 사건으로 인해 이 동아줄마저 썩는다면 청년들은 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주들도 그들을 값싼 노동력이 아닌, 근로자의 일원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조민서 기자

alstj2184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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