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표현의 자유, 정말 보장받고 있나
대학 내 표현의 자유, 정말 보장받고 있나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2.03.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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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학에 인권센터 설립이 의무화되면서 대학 내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학가의 인권침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흔히 인권침해 사례로 알려진 △모욕(성희롱·욕설·차별 발언) △부당 업무 지시 △물리적 폭력 이외에도 학내에서는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존재한다.

 

 

대학언론 수난사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지난해 10월 27일, 숭실대 대학언론사 <숭대시보> 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협의를 통해 기자 해임은 철회됐지만, 이후에도 대학 본부는 사전검열 등 편집권 침해를 자행하는 행태는 물론이며,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조기 휴간을 강행했다.


숭대시보 기자 A 씨는 "당시 숭대시보 기자들은 숭실대 총장의 외부 언론 인터뷰에 언급한 수업 방식과 실제 본교 기본 안내 사항이 다른 점에 대한 혼선을 보도하려 했으나(숭대시보 제1279호 '본교 총장 외부 언론 인터뷰로 혼선 빚어' 기사 참조), 시기 부적절의 이유로 당시 주간 교수가 반대했다. 그런데도 발행을 시도했다가 본인을 포함한 당시 기자 8명 전원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 오늘을 통해 보도된 ''언론자유 장례식' 열린 숭실대학교 무슨 일이' 기사에 따르면 숭대시보 기자들과 주간 교수의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기자 전원을 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숭대시보 주간 교수는 당시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사에 대한 교수의 편집지도권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사IN 대학기자상 담당자 김연희 기자는 "대학언론이 보도하는 영역과 실현하는 저널리즘의 모습은 다양하며, 기성 언론이 도전하거나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힌다. 대학언론의 활성화가 곧 한국 언론계의 발전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며 "숭대시보 사건은 언론의 가장 본질적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과정에서 대학 본부라는 권력에 의해 대학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 함은선 차장은 이번 숭대시보 사건을 보고 MBC 기자였던 故 이용마 기자의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언론은 기성 언론이 알리지 못했던 대학과 청년 문제를 심도 있게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우리 사회의 중요한 언론 현장"이라며 "언론은 비판과 감시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며,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자양분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앞선 해임사건 이후, 숭대시보 1282호는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는 게재가 됐지만 지면 기사는 없다. 당시 7면 사설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됐다는 이유로 인쇄는 완료됐으나, 학교 측에서 배포를 제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는 엄연한 언론 탄압의 한 형태며, 특히 신문에서 기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써내는 사설을 검열하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숭대시보 홈페이지에는 "기사의 지면 이동 및 주간의 퇴고를 합의함으로써 기자 해임이 철회됐으며, 현재 교내 여론 및 외부 언론 기사에서 주장되는 '언론 4국 통ㆍ폐합, 숭대시보의 폐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 내용"이라는 입장문이 게시됐다. 


A 씨는 편집 회의 과정에서도 마찰이 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신문 지면상 1면 사진을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으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 대학 언론가는 편집회의 과정 중 이와 같은 충돌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사 헤드라인을 바꾸라고 지시해 편집 과정에서 마찰을 겪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학알리의 '2013 대학언론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 현황을 점검한 결과, '학내 언론의 부정적 사안 게재 자유' 항목에서 재단에 대한 비판 보도는 45.8%가 '재단 비판이 자유롭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교수진과 학교 당국 및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는 각각 19.1%와 18.3%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따라서 해당 보고서에서는 결론적으로 '재단, 교수진, 학교 당국' 순으로 대학언론의 비판 기능을 침해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정관과 학칙을 통해 대학언론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 대학교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학교법인 동아학숙 정관 '제79조(부속시설) ① 대학교에 필요한 부속시설(부속기관 및 부설연구기관)은 학칙으로 둘 수 있다.', 부속기관 5-0-21 다우미디어센터규정 '제2조(목적) 전략… 자율적이고 생산적인 대학언론을 구현하여 건강한 대학문화의 창달과 학풍의 조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른 대학언론에 대한 규정의 경우 세부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중시되는 부분은 자율성이다.


함은선 차장은 "현재 많은 대학에서 학생 활동을 제약하는 대학 학칙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학보나 방송 등 학생들이 주축이 돼 생산하는 언론에 대해 학교가 최종 결정권자가 돼, 실질적으로 편집권 자율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언론의 자유 보장·신뢰·소통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학의 승인이 필요한 대자보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지난해 6월, 모 대학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여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시민에게 법원이 건조물침입죄로 유죄(벌금 50만 원)를 선고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정부 비판 대자보를 붙인 것에 무단침입 혐의를 덧씌운 기소에, 법원이 독재 정권에도 없었던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원의 유죄 선고 근거는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교 당국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대학 내부 지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자보 부착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대학 출입도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그의 주장을 고려해 벌금을 절반으로 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 대해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는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 건조물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어 건조물의 거주자나 관리자와의 관계 등으로 평소 건조물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건조물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상적 의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것이라면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한다"며 "위 판결이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판결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와는 별개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헌법 제21조)이며, 이의 보장 정도와 범위에 대해서는 종전에도 수없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만약 대학에서 학칙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제한다면, 대학에 보장된 헌법상 자율성(헌법 제31조)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의대를 중퇴한 B 씨는 "지난 2017년, 동의대에 국정교과서 관련 대자보를 작성했으나, 담당 행정실 등 학교 당국은 게시판에 자체적인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못한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당연히 학생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대자보를 붙일 수 있어야 하지만, 눈치를 보게 돼 결국 조용히 게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의대 게시물관리규정 제5조에 따르면, 교내 게시물은 제작 주체별 자율적으로 부착할 수 있지만, B 씨는 부정적인 시선을 몸소 느껴야만 했다. 대자보를 붙이기 위한 대학본부의 승인 과정은 해당 대학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 학칙에 명시돼 있진 않지만, 대자보를 작성하면 학생복지과에 방문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승인을 받더라도 한 번에 10장까지만 부착 가능하며, 2주간 게시할 수 있다. 학생복지과는 게시물이 상업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대자보 내용에 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해당 규칙을 만든 이유는 외부 상업적 포스터를 게시하는 경우가 많아 만들게 됐으며, 정식 학칙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 만들어진 규칙인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대학 김철희(영어영문학 4) 학생은 "비교적 대자보가 활발하던 2014-15년도에 다수 게시해 본 적 있지만, 당시에는 대학 본부 승인이라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다"며 "그때는 정부 및 당시 시국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도 대자보를 작성해서 다른 사람이 많이 볼 만한 게시판에 자유롭게 부착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자보를 통한 표현이 굳이 대학 본부의 승인까지 받을만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집회나 간행물 발행 등 학생 자치 활동에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유신 시절 학칙이 상당수 대학에 남아있는 가운데 이를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신상민 변호사는 "학내에서 지나가는 사람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약한 대자보를 통한 의사 표현을 제한할 이유는 없다"며 "위 일반 시민의 경우와는 다르게, 대학 대자보를 통해 해당 대학의 학생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행동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민서 기자
alstj2184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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