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성패의 기로에 서있는 '동백전'
지역화폐 성패의 기로에 서있는 '동백전'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2.05.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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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전이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에서 만든 지역화페다. 결제 금액의 10%를 환급해 주는 동백전은 서비스 시작 직후 부산시민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2019년 출시 이후 대행사가 3번이나 바뀌고 서비스가 자주 중단돼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부산시의 시화(市花)인 '동백꽃'과 화폐를 뜻하는 '전(錢)'을 합성한 동백전은 2019년 12월에 출범해 당당히 부산의 대표 지역화폐로 자리 잡았다. 


부산시에서 발표한 동백전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출범 직후인 2020년 1월 기준 동백전 가입자는 9만 601명으로 당시 부산 시민 100명 중 13명이 동백전을 사용했음을 보여 준다. 같은 해 3월엔 누적 이용자 수가 40만 명을 돌파해 출범 직후부터 파급 효과가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동백전의 누적 발행액이 2조 8천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동백전이 단순 결제에서 벗어나 공공 플랫폼으로서 모습을 갖추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역화폐 본연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동백전의 공공 플랫폼으로는 △택시 호출 △배달 △쇼핑몰 등 각종 부가 서비스로 규모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동백전은 부산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모든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용금의 일부가 캐시백으로 지급되는데, 현재 동백전의 환급(캐시백) 비율은 지난해와 동일한 10%다. 월 개인 충전 한도는 50만 원으로 예를 들어 한 달에 동백전을 이용해 50만 원을 결제하면 5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올해 동백전 발행 규모는 지난해와 동일한 1조 6천억 원이다. 그리고 지역화폐인 만큼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사행성업소 △일부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에서는 동백전의 사용이 제한된다.


부산시청 소상공인지원담당관 지역화폐팀 박희경 주무관은 "동백전의 발행 취지는 지역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 증대를 통한 지역의 골목상권 활성화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동백전을 사용하는 우리 대학교 A(한국어문학 4) 학생은 "동백전을 사용한 지 1년가량 됐다. 동백전으로 결제하는 즉시 휴대폰으로 캐시백 알림이 와 10% 캐시백이 눈에 크게 띈다"며 "단순히 동백전만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백택시도 정말 자주 이용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우리 대학 허웅(산업경영공학 3) 학생은 "동백전 출시 한 달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용해 왔다. 특히 캐시백을 모아서 한 번에 사용할 때 페이백 기능이 체감돼 동백전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친할머니께서도 동백전을 사용하시는데, 전통시장 5% 추가 캐시백 혜택을 꾸준히 이용하신다. 그러나 지역화폐의 특성상 일부 프랜차이즈에선 사용이 불가능해 젊은 층의 입장에서 캐시백이 의외로 느끼기 힘들 때가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처장은 "동백전 정책은 투입 대비 소비 창출 2.56배로 투입 예산보다 더 많은 소비를 창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타 지역에 본사를 둔 업체의 소비를 줄인 경향이 크다. 이처럼 지역 내 소비행위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특히 기존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과 경제 활성화 정책이 있었지만, 투입대비 소비창출을 이렇게 높게 나타내는 경우 거의 없었다"며 "향후 동백전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더 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동백전, 정말 지역경제 살릴 수 있나


그렇다면 지역화폐는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송경호, 이환용, 2020) 논문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대형마트에서 이용할 수 없어 대형마트 매출액이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로 이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 내 소비자들의 외부 지출을 막아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가시킬 순 있지만, 동시에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부산대 최병호(경제학) 교수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는 예산을 이용해 일정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할인해줌으로써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인데, 부분적으로는 실질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소비 진작 효과'가 있으나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동백전 가입 전부터 동백전을 사용할 수 있는 재화에 이미 월 50만 원을 지출했었다면, 동백전 가입 후에 50만 원 이상 지출해야지만 이 효과가 나타난다. 만약 동백전을 사용한 후에도 50만 원만 지출한다면 소비 진작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동백전에 힘을 실어 왔던 곽동혁 전 시의원은 "타 지역화폐와 동백전을 비교하자면 동백전은 투입된 예산보다 더 많은 소비를 창출했다는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백전이 이러한 성과를 보인 것은 지역화폐에 카드 형태를 도입해 접근성이 좋아진 것에 기인한다. 그뿐만 아니라 할인이 아닌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캐시백 정책을 이용한 것과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몇 군데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홍보로 인해 타 지역화폐에 비해 동백전의 장점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대표적 지역화폐인 동백전과 인천e음 앱 사용자 리뷰를 분석한 '지역화폐 앱 사용자 리뷰 분석을 통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새미, 이태원, 2020) 논문에 따르면 동백전이 삼성페이와 LG페이를 포함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반면, 인천e음카드는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사용자들이 실물카드를 항상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백전은 인천e음에 비해 공공배달이나 교통카드 기능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곽 전 의원은 "사실 사용 확대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예산지원이 가장 컸다. 일각에서는 높은 캐시백 예산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3배에 가까운 정도로 높은 효과성을 나타낸 정책은 동백전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백전은 수시로 발생하는 오류와 잦은 대행사 변경으로 서비스가 자주 중단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갑작스러운 동백전 오류로 주말 내내 동백전 사용이 막히면서 부산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그동안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업체인 코나아이가 맡아 왔던 동백전 서비스의 대행사가 부산은행으로 교체되면서 지난달 1일 정상 이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동백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설치할 때 연결 계좌를 등록하는 과정에 본인 인증 절차에 많은 사용자가 몰려 접속이 지연됐고, 결국 중단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김상근(영산대 디자인학 3) 씨는 동백전 출시부터 부산은행으로 서비스 이관 전까지 오랜 기간 동백전을 사용했지만, 계산할 때마다 '동백전 사용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게 입버릇이 될 정도로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백전을 이용하고 싶지만, 오류로 결제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른 카드를 사용한 적이 많았다"며 "부가적인 다양한 기능보다, 기본적인 카드 사용만이라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면 다시 동백전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오창준(부산대 식품공학 4)씨는 "3-4개월 정도 동백전을 사용했다. 매번  충전하는 것이 귀찮다고 느껴지던 찰나에 대행사 변경으로 앱 연결 계좌 등록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이후로 동백전을 이용하지 않았다"며 "이외에도 처음 동백전을 신청했을 때 카드 배송이 오지 않아 두 번이나 재발급을 신청해 겨우 수령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실질적으로 시민이 불편을 감당하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개선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곽동혁 전 시의원은 "동백전의 운영 대행사가 자주 바뀌면서 정책의 연속성이나 안정성 등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돼 왔다"며 "이전 KT에서 코나아이로의 변경은 높은 운영 수수료와 다양한 플랫폼 등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번에 대행사가 된 부산은행은 지역은행이며 많은 이점이 있다. 특히 운영 대행 기간을 3년으로 늘려 이전보다 안정성은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산은행과 협력업체에서 지역화폐 발행 경험이 없기 때문에 향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은행은 "신규 사업자로서 동백전을 지역 내 영업망과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소외계층 없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 생활형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부산은행은 시민들에 더 많은 편리함과 기능들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넘어 택시, 배달앱까지 확장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동백택시는 먼저 시작한 콜택시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택시에 맞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보의 '12월, 부산택시 더 편리하게 달라집니다' 기사에 따르면 부산시는 택시 요금 조정으로 택시 운수종사자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택시조합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방침이라 전했으며, 이를 통해 택시 요금 인상분이 코로나19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운수종사자들의 처우개선에 일정 투입되고, 서비스도 한 단계 개선할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백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동백택시에 가입한 택시는 총 24,086대다. 또한 지난달 1일 기준으로 동백택시 운영 앱이 변경됐으나, 그럼 에도 누적 이용 승객이 36만 명이나 된다. 그리고 하루 호출은 만 건가량 되며, 이는 경쟁사인 카카오택시의 하루 10만 건에 10%에 도달하는 비율이기에 동백택시의 비중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 배달 플랫폼인 동백통 또한 지난 1월 19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동백통은 민간 배달앱과 달리 △가맹점 가입비 △광고비 △중개비 없이 오직 결제수수료만 존재하는 이른바 3무(無)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허웅 학생은 "소비자 입장에서 동백전뿐만 아니라 동백택시와 동백통 모두 사용 중이지만, 아무래도 운영 기간이 길지 않은 동백통은 아직 가맹점이 많이 부족한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동백택시가 이전보다 많아진 것이 체감되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이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A 학생은 "동백택시를 탈 때, 기사님이 경쟁사인 카카오택시에 비해 길을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며 "기사님도 저에게 일부러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동백택시 앱 오류라고 매번 해명하느라 고생하신다. 앱의 기술적 오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도한영 처장은 "효과와 시민 편의성, 예산 절감 등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부산시가 굳이 예산을 따로 들이는 △동백전 △동백통 △동백몰 사업이 예산 낭비로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최병호 교수는 "지역화폐란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을 통해 일정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시민들에게 가격보조를 해 주는 개념이고 혜택을 보는 시민들과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는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사적재의 구매를 예산으로 보조해 주는 방식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동백전에 사용된 예산만큼 다른 공공서비스에 사용될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며, 여러 자료를 통해 동백전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는지를 더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곽 전 의원은 "최근 다양한 서비스가 탑재된 동백택시와 같은 플랫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사용 확대를 높였는데, 동백전의 도입모델로 연구했던 인천에 비하면 아직은 편의 프로그램이 많지 않고 효율성이 낮은 문제가 있다"며 "동백전이 하나의 제도로 정착됐다고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정부 정책에 따라 예산이 삭감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함을 위한 여러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민서 기자
alstj2184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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