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생활난 上] 젊음이 배곯고 있다
[청년 생활난 上] 젊음이 배곯고 있다
  • 정찬희 기자
  • 승인 2022.05.02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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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삶은 경계가 모호하다. 20세 성년의 나이를 넘겼지만,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신분이기에 생활 자금을 집안으로부터 보장받기도, 스스로 마련하기도 어려움이 있다. 반면 부담해야 할 지출은 많다. 생활비, 주거비, 대학 등록금과 각종 요금 등 크고 작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빚을 지는 일도 허다하다.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청년이 맞닥뜨린 현실의 벽


한국장학재단에서 공개한 '학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금은 1천 63억여 원이었으나, 2020년에 이르자 1천 914억여 원에 달해 무려 80%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11만여 건이었던 대출 건수는 2020년에 들어 24.3% 늘어나 14만여 건에 달했다.


반면 국가통계포털(이하 KOSIS)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상환 의무의 주요 대상인 만 18세에서 24세의 월평균 소득은 162만 원에 그친다. 지난해 기준 동 연령대 월 생활비는 64만여 원에 육박한다. 생활비 목적 학자금 대출을 평균(1인당 137만여 원)으로 계산했을 때 최소 2개월은 생활비를 제외한 전액을 상환해야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생활비의 53%를 부모님 혹은 친지의 지원에 의존하는 형태를 보였다.


생활 물가의 상승은 청년의 빈곤을 더욱 가속화 한다. KOSIS가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의하면 2020년을 100으로 지수 기준을 잡았을 때 2018년은 99.08, 2016년은 95.78에 그쳤다. 게다가 올해는 전년 동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증감을 비교했을 때 2월 3.7%, 3월 4.1% 상승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가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가격과 서비스 요금의 변동을 종합적으로 측정 수치를 의미한다. 특히 청년의 주요 지출을 차지하는 농축수산물 품목의 경우 2015년 82.63이었던 수치가 2018년 95.32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108.73까지 달했다. 불과 6년 동안 29.52%가 치솟은 것이다.


대구에 거주 중인 A(계명대 경영학 3)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님들이 주류 혹은 음료값 등이 올라 부담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을 때 물가 상승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최유리 대표는 "청년, 특히 학생 교육비 지원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지만, 생활비는 의지할 곳이 없다"며 "현재 청년의 빈곤은 개인의 사정이라기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수입은 한정적인데 특수한 지출이 생기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생활 여력, 선택지도 좁아


지난 정부들의 반값 등록금 제도, 입학금 폐지 제도 등 고등교육 과정에서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성적 장학금, 교·내외 특별 장학금, 국가장학금 등 등록금을 감면할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그러나 정부, 지자체에서도 청년의 생활에 밀접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경로는 제한적이다.


한국청소년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은 "청년의 빈곤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청년기에 들어서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경제적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며 "청년 빈곤은 체감하는 격차와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청년 정책 중 생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으로 '청년 월세 지원 정책'이 운영됐으나, 이마저도 약 2년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주관하는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사업으로 대체된다.


지난해까지 운영했던 부산시의 청년 월세 지원 정책은 2021.3.16.(최초 공고 신청마감일) 기준 부산시에 거주하는 만 18-34세 1인 가구 청년 중에서도 소득 기준과 주택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소득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의 시민, 주택기준은 임차보증금 1억 원 이하 혹은 월세 60만 원 이하의 시민이다.


반면 국토부가 주관하는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사업 지원 대상은 기존의 월세 지원 사업에 비해 지원 대상이 극히 제한돼 있다. 지난 2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해당 사업은 소득 기준을 청년 가구 중위소득 60% 이하로 대폭 축소하고 원가구 중위소득 또한 100% 이하로 제한했다. 국토교통부가 설정한 청년 소득의 1인 기준 중위소득 60%는 약 116만 원이다.


부산시청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 사업과 정책 내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사업이 대체된 것"이라며 "해당 사업은 국토부 예산에 기존 사업의 지자체 예산이 함께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학자금 대출은 졸업 이후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대학생의 생활비 대출과 대학 졸업 및 취업성과 간 관계 분석'(문찬주 외 6명, 2018) 논문에 따르면 등록금 대출자의 생활비 추가 대출은 생활비 추가 대출자의 졸업 소요 기간을 등록금 대출자의 졸업 소요 기간과 같거나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매 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출액이 600만 원에 달하는데 언제 다 상환할지 막막하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지난 2년간 단기 구직 형태의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청년들도 있었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B 씨는 "2020년과 지난해, 영업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자영업자들의 손실로 고용이 최소화된 것은 사실이다. 나의 경우 거리두기 해제 단계 수순으로 가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 영향이 덜했지만, 주변 지인 중 코로나로 인해 해고된 경우를 봤다"고 전했다.


앞선 논문에서도 현행 생활비 대출제도가 대학생활 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고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우선 생활비 대출 자격 요건 및 대출 가능 금액의 적정 규모 등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생활비 추가 대출이 대학생들에게 지나친 상환 부담으로 작용해 노동시장 이행과정에 있어 선택권을 제약하지 않도록 대출금 상환에 대한 유예제도 또는 이율에 대한 우대 정책을 마련하는 등 관련한 심도 깊은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제언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생활 걱정 덜어내려면


지난 3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도 청년 생활 안정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받아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년을 대상으로 당시 내세운 공약은 △공정한 기회 △내 집 마련 및 자산형성 △주택 및 청약제도 개선이었는데, 청년 생활 안정과 관련한 공약은 부재했다.


실제 생활난을 겪고 있는 청년은 자가주택을 마련하거나 청약제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청년의 부채를 해결하거나 생활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는 여전히 미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정책 공약 또한 △청년 저축 시 국가 매칭을 통해 1억 원의 목금 지원 △저리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확대 △취업 후 상환제도 대상 확대 등 자본 규모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부채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


우리 대학교 이다윗(정치외교학) 교수는 "청년도 세부적인 연령층에 따라 분류하면 △주거 △사회 인식 개선 △출산 및 보육 등 바라는 것이 모두 다르다"며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정책은 물론 맞춤형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청년정책연구 분야별 현황 분석'(신동훈, 김세현, 2021) 보고서는 청년 정책 기본계획의 분류 체계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은 세부과제 수, 예산 규모의 차이뿐만 아니라 분야 간 중첩되는 정책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복지 영역의 경우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등 다른 영역에서 복지의 성격을 갖는 정책을 고르게 찾아볼 수 있다는 반면에 청년 정책 기본계획의 복지 영역 자체에서는 소득보장이나 건강 관련 정책만 다루고 있었다. 결국 생활 안정과 관련한 청년 정책은 부재했다.


A 씨는 "같은 지역의 학교를 통학하고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기 때문에 자취하는 학생들보다는 생활비가 덜 들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용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생활비 지원 제도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지역에서 학교에 입학해 자취하는 학생 중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지인들이 생활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나나 이런 학생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노동시장과 교육영역 밖에서 일할 기회,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배제된 청년, 그리고 이행기의 불안정성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하기 위한 안정적 공간으로써의 주거 자원이 결핍된 청년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회구조적 측면에서도 불평등 수준을 완화하고, 청년의 집단 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최유리 대표는 "현재 청년 대상의 정책은 자산 형성을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다"며 "청년 빈곤은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실태조사 및 상담 등을 통해 청년을 심도있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현금 형태로 생활비를 지급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한다면 필요한 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제1176호에 계속


정찬희 기자
radiant@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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