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생활난 下] 설 자리 잃어가는 청년들
[청년 생활난 下] 설 자리 잃어가는 청년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5.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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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책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당장의 어려움을 강요한다. △청년희망저축계좌 △부산청년 기쁨두배통장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사업 등의  정책은 청년생활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일시적으로 미루는 결과에 그친다. 그리곤 결국,  미뤄둔 빈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새로운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많은 청년은 무언가를 가지기도 전에 체념하는 것이 당연시돼 왔다.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이 일반적인 환경 속에서 생활력의 부담으로 타협하는 무언가가 곧 학습의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연 청년들은 어떤 속사정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까.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MT 참석비


전주 소재의 대학에 재학 중인 A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이번 달, 학과에서 주관하는 MT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학과에서 공식적인 친목 행사가 전혀 없었기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7만 원의 회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선 참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지불할 회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매달 친가로부터 3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지원받지만, 지금 7만 원을 소비해 버리면 다음 달까지가 걱정이었다. 더구나 본가를 매주 왕래해야 해 주기적인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저는 다음에 갈게요…."


A 씨는 한참의 고민 끝에 행사 참여를 포기했다. 행사에 참여할 경우 회비 이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경험담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학과 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조언이 그 결정을 도왔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이어진 학과 행사도 MT를 참여했던 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A 씨는 단체연락망에 포함되지 않아 행사 참여는 물론, 관련된 소식도 들어볼 수 없었다. 그는 이 기억을 '학교생활 중 처음 겪은 서러움'으로 소개했다.


그렇다고 MT 불참 결정이 생활에 여유를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한 달간의 식비와 교통비를 부담하기엔 30만 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친가에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다. 시험을 마친 날이거나 생일에는 먼저 생활비를 지원해 주시기도 하지만, 학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지원을 부탁하는 말이 가벼이 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용돈을 요구하기 어려운 학기 말에는 식사를 거르기도, 값싼 과자로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처음엔 서러움에 복받치기도 했지만, 불편한 돈을 쓰기보다 마음은 편하다고 답한다. 그는 기억을 더듬더니 "작년 지출이 많아 식사까지 거르던 때가 이때쯤이었으니 올해도 슬슬 준비해야겠네요"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빚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B 씨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해 등록금 전액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전액 지원은 소득분위 1-4분위가 대상인데 4분위로 간신히 수혜를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매 학기 지불하는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점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그는 부산 본가에서 통학하기에 식비나 주거비용 지출 부담은 없다. 또한, 일주일에 이틀은 14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 자금도 일정 부분 스스로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부담하는 △휴대폰 요금 △교통비 △외식비 등의 지출 뒤에는 저축할 자금이 없다. 조금이라도 비싼 음식을 먹으면 다음 월급날까지 생활비가 부족할 때도 있다.


소득이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땐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지만, 아르바이트 근무 이전과 비교해 눈치가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도 잦은 핀잔을 듣곤 하는데, 이때 B 씨는 친인척보다 지인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는 월급날 이전에 생활비를 빌리고선 추후에 갚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저만 이러는 게 아닐 거예요. 학자금 대출을 하자니 부담스럽고, 저도 종종 빌려주니까 가끔은 빌리기도 하는 거죠."


한국장학재단에서 공개한 '학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금은 1천 63억여 원이었으나, 2020년에 이르자 1천 914억여 원에 달해 무려 80%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11만여 건이었던 대출 건수는 2020년에 들어 24.3% 늘어나 14만여 건에 달했다(본지 1175호 5면 참고). 그러나 B 씨의 사연처럼 통계로 나타나는 수치 밖에도 부채의 부담을 느끼는 청년이 다수 존재할 수 있다.


#알바


올해 대학을 졸업한 송현섭(동의대 신문방송학) 씨는 부모님의 지원과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위한 목적도 있었으나, 용돈으로는 생활비밖에 감당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컸다고 설명한다. 당시 구매하고 싶은 장비가 있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일했다.


그는 가족의 지원으로 생활 여력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나 원하는 소비를 위해서는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학업과 병행하기 버겁다.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뤄지는 청년들의 피폐한 삶이 요즘 이슈예요."


그는 외부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편은 아니었지만, 청년의 생활난에는 극히 공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기존의 직업에 대한 취업 지원을 강화하기보다 새롭게 나타난 직업들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새 직업에 대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 발을 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청년 고독사라는 극단적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한국청소년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 또한 "사회구조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한다. 경쟁이 심한 이유 중에는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한 진로 혹은 삶의 경로라고 인정해주는 영역이 너무 좁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중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장래를 기대할 수 있으며 연애나 결혼에 방해받지 않을 만한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며 "그래서 대기업, 공기업 등에 경쟁이 강하고 패배자가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학업 부담


홍정민(동의대 '22년 졸) 씨는 코로나로 인한 학교의 손해를 학생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학교로부터의 혜택은 줄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손실'이라는 명목으로 자세한 설명 없이 학교 임의로 등록금을 동결시켰던 과거를 떠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이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코로나 지원금 명목으로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등록금에 비하면 장학금은 턱없이 적었고 이조차도 한 번만 지급됐다고 호소한다.


학교의 버스회사도 부담을 가중했다. 학교 지형 특성상 셔틀버스가 필수적인데 버스회사에서 요금을 두 배로 올렸다. 그러나 학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 학교에 가는 일이 적어져서 영향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혼합수업이 많아 학교에 가는 날은 코로나 이전과 비슷했다. 인상된 버스 요금은 생활비에 그대로 반영돼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학생회가 나서 버스회사와 논의를 요청해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위 두 사례로 학교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났다고 봤다. 학교조차 학생을 논의와 화합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수입원으로 보는 듯한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휴대폰 요금제는 알뜰 요금제를 사용하고, 매일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려고 노력해도 한 달 단위로 계산하면 큰 지출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한 경제적 독립은 아니더라도 식대나 통신비, 옷 정도는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어요. 집안 사정도 넉넉한 편이 아니라 부모님도 그러길 바라셨고요"라며 사정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겨울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조달했지만, 학업과 병행하기가 어려워 현재는 부모님의 용돈으로 생활하게 됐다.


가족을 벗어나 청년이 가장 먼저 손 내밀 곳은 결국 청년 정책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 정책은 청년을 모르고, 청년은 정책을 모른다. 청년 생활의 어려움은 일상 전반에서 두드러진다. 사회에서 청년은 스스로 생활을 해결해야 할 '성인'이지만, 동시에 미숙한 '학생'이다. 자산 마련도 좋지만, 청년이 마주한 현실에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은 본인의 삶은 물론 뒤이을 청년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복지가 실현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부경대 김준현(행정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청년 빈곤 문제는 청년 빈곤 자체가 아니라 청년 시기 이후에도 빈곤이 지속될 가능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요인으로 일자리 양극화와 물가의 상승 등 사회구조에서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청년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청년 빈곤을 당장 없애려는 시도보단 청년들이 경력을 쌓아가면서 빈곤 문제를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민서·정찬희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이지원·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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