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필드에서 라운딩하다
인생이란 필드에서 라운딩하다
  • 박선주 기자
  • 승인 2022.10.0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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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끝나고 라운딩하러 갈 사람?' 최근 골프가 20·30 세대에서 일반적인 취미로 자리 잡고 있다.

골프는 중년 운동이라는 인식이 깨진 듯하다. 청년들은 일터를 벗어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중이다.

특히 선선한 가을바람은 라운딩하기에 제격이다. 가을 골프를 즐기는 청년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최은주 기자>

 

20·30세대 골프 인구 급증


골프 인구가 급증한 사실은 통계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2019년 470만 명에서 지난해 564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 가운데 약 22%인 115만 명이 20·30세대로, 2019년 65만 명으로 추산됐던 20·30 골프 인구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골프장 매출과 영업이익률 또한 폭증했다. 앞선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골프장 매출액은 3조 2,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 5조 7,000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골프 산업의 재발견과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골프 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 7,000억 원에서 2023년 9조 2,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BC카드 데이터분석팀의 '최근 3년간 골프 업종 매출 데이터 분석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골프 업종에서 발생한 카드 매출액을 △업종(골프경기장·골프연습장·스크린골프) △성별 △연령대별(20·30·40·50·60대 이상)로 나눠 분석한 결과, 골프 관련 업종 매출은 평균 18.1%씩 증가했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매출 성장세를 보인 곳은 스크린 골프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크린 골프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6% 성장했다. 


이어 연령대별로는 20·30세대 수요가 증가했다. 20대, 30대 남성의 스크린 골프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0.2%,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102.5%나 증가했다. 또한 골프 소비액 증가율은 여성이 42%로 남성 29.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소비자의 골프 관련 매출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골프 인기를 '하드캐리' 하는 건 MZ세대 젊은 골퍼다. 골프존파크 다대 라브랜드점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임승여 사장은 "최근 20·30세대 방문이 부쩍 늘었다. 주로 뒤풀이 장소로 찾기도 하며 골프의류와 용품 업계에서도 마케팅의 주타켓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린골프아카데미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자 프로골퍼인 신준호 씨 역시 "주 연령대는 30-50대지만, 최근 20대도 자주 방문 한다"며 MZ세대 사이에서 골프 인기가 높아졌음을 전했다.

 

청년이 주도하는 골프 문화


그렇다면 골프는 왜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게 된 걸까. 우리 대학 강형숙(체육학) 교수는 "야외운동인 골프가 코로나19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에 유행으로 번졌을 것이다. 또한 동네마다 스크린 골프장이 많고 장비도 구비돼있어 전보다 비교적 낮아진 골프장 문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골프 오락 TV프로도 골프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연예인, 유명 스포츠인들이 즐기는 골프 라운딩 프로가 청년들로 하여금 골프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골프를 즐겨하는 정민혁(부산대 경영학 2)씨도 골프의 인기에 대해 "(아무래도) SNS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만 들어가도 골프치는 모습을 올린 영상이 많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청년들의 골프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골프를 검색하면 초록색 잔디밭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부분 20·30세대가 필드나 스크린 연습장에서 개인 샷이나 단체 샷을 찍은 사진이다. 게시글엔 △골린이 △골프웨어 △라운딩 △골프 연습 등의 태그가 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20·30세대 골프 열풍에 따라 골프웨어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유진투자증권 '골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 △신세계 △롯데 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65.5% △56.3% △37% 성장했다. 특히 신세계 백화점 기준, 골프웨어 연령별 매출액 증가율은 20대 38%, 30대 44%로 20·30세대의 매출 증가율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골프에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일명 '영골퍼(young golfer)'들을 공략한 상품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을 전개하는 제이케이앤디는 지난 8월 30일 신규 골프 브랜드를 선보였으며,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지난해 '골프도 무신사랑' 캠페인을 통해 젊은 층의 골프웨어를 겨냥했다. 


유천(목포대 무역학) 교수는 이러한 골프의 인기에 "20·30세대가 골프를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매력적인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골프 인구의 증가, 특히 20·30세대 여성 골퍼의 증가는 골프의류의 성장을 견인한 동력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한편, 최근에는 골프를 통해 연애할 상대를 찾는 '골프팅'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네이버 밴드 등 20·30 골프 동호회를 모집하는 글과 4인 골프 번개를 찾는 글이 자주 게시된다. 일명 골프도 즐기고 소개팅도 받는 전략이다.


이러한 일석이조 전략에 영골퍼들은 '골프 하는 사람과 연애하는 건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우리 대학 A 학생은 "골프를 치면서 주변 자제를 소개해준다는 제의를 받았다. 정기적으로 골프 연습을 다니다 보면 얼굴도 익히고 인사하면서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B(간호학 3) 학생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만나는 것이므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프 상승세가 남긴 과제


골프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신준호 프로골퍼는 골프의 높은 비용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높은 가격은 골프장에 단기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20·30세대들이 골프를 떠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전국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골프장 코스 사용료)는 지난 5월 평균 17만 3,500원, 토요일 그린피는 22만 1,1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29.3%, 22% 상승한 가격이다. 그리고 이 인상률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10년 치 주중 그린피 인상률 32.4%, 21.9%와 비교해도 견줄만한 수준이다. 그만큼 급격하게 올랐다는 의미다. 


이런 급격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골프 예약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 상황이다. 부산대 정민혁 씨는 "골프 칠 수 있는 날이 사람들끼리 겹치다 보니 한 달에서 많게는 두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어 신준호 프로골퍼도 "최근 들어 골프 예약이 힘들다는 점에서 골프를 치는 인구가 많이 늘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레저스포츠 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그동안 골프 예약 대행업체들은 골프장의 빈 시간대를 미리 구매해서 골퍼들한테 판매하면서 골프장과 공생했다"며 "하지만 문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좋은 시간대 예약을 싹쓸이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자동으로 골프장 예약이 된다. 그래서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골프장과 정부에서 단속하고 있지만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골프가 20·30세대의 경제적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우리 대학 이성수(체육학) 교수는 "MZ세대들은 고가 위주의 가치소비(Value conscious consumption)에 치중돼, 이러한 소비 욕구의 인식변화 없이는 양극화를 해소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해제되고 해외여행이 가능해진다면, 해외로 골프를 치러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양극화의 폭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며 전망을 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 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제2의 골프 대중화 선언식'을 통해 2026년까지 골프 인구 600만 명, 시장 규모 22조 원 달성을 목표로 실질적인 골프 대중화와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의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끝으로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변화할 전망에 대해 우리 대학 강형숙 교수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 골프는 금전적, 시간적 제약이 있다. 반면 미국이나 동남아, 일본은 쇼트홀이나 미들홀 골프장이 많고 가격 또한 2만 원에서 4만 원 미만으로 금전적 부담이 전혀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짧은 쇼트홀과 미들홀을 개발하고 1인, 2인이 가능한 골프장이 만들어져야 대중화될 것"이라며 골프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서천범 소장 역시 "골프장들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전동 승용카트와 캐디(골퍼들을 보좌해 주는 역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카트사용료, 캐디비용이 싸져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캐디비용은 팀당 14만-15만 원, 카트사용료도 9만-10만 원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면 캐디부족난을 완화할 수 있고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며 "전동 승용카트는 6개월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카트 사용료를 안 받던지, 아니면 최소한으로 받는게 합당하다"며 골프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안을 전했다.

 

*매크로 프로그램: 사람이 해야 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해 주는 자동화 프로그램


 박선주 기자
 210036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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