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교폭력, 사각지대에 선 대학생
대학 학교폭력, 사각지대에 선 대학생
  • 진순영 기자
  • 승인 2022.11.07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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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박하늘 기자>

 

 

"신입생들은 믿고 따를 수 있는 게 선배밖에 없어 이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렇기에 대학 내 악습을 거부하지 못하고 이는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수용돼 구습된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A(고고학 2) 씨는 대학 내 폭력 문제를 전담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학내 전담 기구의 필요성을 인터뷰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학교폭력 하면 초·중·고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생각한다. 또 학교폭력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그동안 숱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나 실태조사를 통해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 학교폭력은 단어 자체도 생소할뿐더러 주위에서 들어본 적도 없다.


4대 폭력(△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을 비롯해 대학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응 방안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9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대응 방안이 있지만, 대학은 조사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이는 대학이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라 학교폭력 정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자료나 논문 역시 그 대상에 따라 확연히 차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중·고 학교폭력의 경우, 양질의 자료와 논문이 존재한다. 대표적 학술 사이트인 NDSL에 '학교폭력'을 검색하면 △논문 △특허 △보고서 등 약 6,250건의 자료가 있다. 이어 학술연구정보서비스 RISS는 무려 14,786건의 관련 자료가 나온다. 


그러나 대학 학교폭력을 검색하면 NDSL 351건과 RISS 7,073건이 검색될 정도로 대학 학교폭력에 대한 논문과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자료가 부족한 만큼, 대학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조사와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직접적으로 다룬 논문은 전무하다. 특히 언론매체에서는 지난해 MBC에서 다룬 <[뉴스터치] '학폭' 대응에서 외면받는 대학생들-2021>과 일부 언론의 개별 사례뿐이었다.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 모상현 센터장은 "대학이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생이 민법상의 성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생을 포함해서 법률에 근거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관련 부서의 협조도 받아야 한다"며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초·중·고등학생과 달리 대학생은 만 19세 이상 성년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 폭력으로 간주돼, 학교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다.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를 위해 활동하는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SOS센터 김성민 팀장도 "대학생은 성인이므로 학교폭력의 영역 안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일반 폭력을 다루는 형법과 달리 교육적 선도와 보호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듯 대학생을 대상으로 현행 학교폭력 제도를 적용하는 게 어렵기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연구와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적합하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할 시, 그에 관련된 기관은 고등교육법 제19조의 3에 따라 인권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 부산대 인권센터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전담하며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권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부산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고등학교까지는 학교폭력이지만 대학에서는 인권침해로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국가적으로 인권 교육이 의무화가 아니므로 특강 형태로 열어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듣도록 권장한다"고 전했다. 부경대는 원격교육(이하 LMS)와 대면 교육을 혼합해서 실시한다. 


동의대는 인권센터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돼 총괄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형식으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을 수 있게 교육을 진행하며, 이는 우리 대학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 형식이고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A(부산대 고고학 2) 씨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인권 예방 교육의 강의 효과가 별로 없는 거 같다. 온라인 교육보다는 폭력 예방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을 수 있게 교육과정의 개편이 필요한 거 같다"고 주장했다. B(부경대 일본어학) 씨도 "많은 학생이 법정의무교육 같은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고 딴짓하는 경우가 많기에 폭력 예방에 효과가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이성민(기계공학 1) 학생도 "대학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학교도 LMS로 학교폭력 교육을 하지만 대부분 출석을 위해 강의를 틀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할 거 같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주제로 강의하는 가족상담센터 희망의 전화 배상희 강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학의 조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들에게 강의를 듣도록 장려하는 독려 문자가 전부다"며 대학 학교폭력 온라인 교육 실효성에 의문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자율에 맡겨서 해결되지 않으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하는데 평가 항목에 있는 학교폭력 교육 이수 여부에 학생도 포함해 강제성을 가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견을 전했다.


대학생은 성인이니까?


경남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인 C 씨는 학과 동기들로부터 한 학기 내내 따돌림을 당했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는 "학교폭력을 구제받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도 잘 몰랐고, 스스로 이미 학교폭력으로 인해 무너져 있던 상황이라 도움을 요청할 힘도 없었다"며 "또 대학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격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2020년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대학생 포털 캠퍼스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2%가 대학에서 따돌림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중 27.3%는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겪었고, 10%는 구타와 같은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학생은 학생 아닌가요"…학폭 대응서 외면받는 대학생들[촉!],(헤럴드 경제, 2021.03.14)참고 )


B(부경대 일본어학) 씨는 "학교폭력을 포함해 선·후배 간 군기를 잡는 문화는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악습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않는 이상 대학 내부적으로 근절되긴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D(인제대 생명공학 4) 씨는 "학교폭력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공론화가 미미해 보이는 점은 우리 사회가 대학생은 청소년 시기부터 배운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체대의 경우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가 2019년 발표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선수 31%(1,514명)이 언어폭력을 33%(1,613명)가 신체폭력을, 9.6%(473명)는 성폭력을 당했다. 이는 초·중·고 학생 선수 인권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비해 약 2-3배나 높은 수치이다.


그렇다면 대학 학교폭력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푸른나무재단 김성민 팀장은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즉 만 19세부터 24세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사람을 '후기 청소년'이라 부르며 대학생은 여기에 속한다. 이 시기의 폭력이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해 학생은 폭력성이 증대될 수 있고 피해 학생은 건강한 자아 정체감 형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폭력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개개인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능하는 데에 부정 영향을 미치고 △정신건강 증진 비용 △폭력에 대한 사안을 다루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배상희 강사 역시 "유능한 사회구성원이 될 누군가가 학교폭력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이나 자퇴하면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학생들이 폭력에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대학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공론화와 사회적 관심은 결국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가능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학생도 학생이다


푸른나무재단에서 초2-고2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2년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후 가장 필요한 것 1위가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34%)였다. 가해 후, 가장 필요한 것 1위는 가해 행동을 구별할 수 있도록 정보나 교육해주는 것(21.1%)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제도적 해법과 화해와 용서를 통한 인간관계의 회복이 서로 발을 맞춰야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대학 조규판(교육학) 교수는 "대학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후에 법적 처리를 통한 교화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이 발생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과 같이 가치관 교육과 사전 예방 교육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 모상현 센터장은 "대학 자체적으로 대학교 연합회가 있다. 이런 협의회 차원에서 폭력 예방을 위한 규정을 만들고 대학 내에 있는 여러 가지 인프라와 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배상희 강사는 "적극적인 공론화와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중·고에서의 학교폭력이 대학으로 가고, 직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가장에서는 가정폭력으로 폭력은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폭력은 폭력을 낳아 사회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견인하기에 학내 구성원과 사회가 폭력 상황에 함께 민감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대학 학교폭력 사실을 고백한 C 씨는 "성년과 미성년의 특성을 모두 지닌 것이 대학생이기에 우리 사회가 대학 학교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며 "대학교도 엄연히 학교이기에 그에 따른 제도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진순영 기자
220032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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