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수학귀신'의 주인공 로베르트에겐 쉽게 수학을 가르쳐 주는 수학귀신 '테플로탁슬'이 있다. 때론 무섭기도 하지만 자상하게 수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수학귀신을 보며 내게도 수학귀신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우리 대학교에도 수학귀신이 있다. 유쾌한 수학귀신 정종수 교수를 만나봤다.
정 교수는 지난달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 '대한민국 학술원'이 발표한『학문연구의 동향과 쟁점 -수학』에 공동 집필자로 논문작업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이번 논문 '증대작용소의 영점에 대한 반복방법들'에 대해 "일반 학생들이 이해를 하려면 증대작용소를 '방정식'으로 보고 영점을 '해'로 봤을때 결국 방정식에 해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를 검증하는 문제로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책이나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말이다. 다소 식상한 이야기지만 수학에 대한 무서움을 덜어내기에 이만한 말이 없다. 읽고 또 읽으면 수학도 결코 어렵지 않다. 정종수 교수는 "수학에 공포를 느끼는 많은 학생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수학을 두려워 하기보다 일단 달려드는게 중요하다"고 운을 뗀 정 교수는 "물론 아무것도 모를 땐 요령 피우지 말고 암기부터 하고"라며 유쾌하게 덧붙였다.
수학은 인간과 늘 함께 해왔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산 이후부터 수학은 자연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한 방법에 한 몫을 해왔다. 정 교수는 "방정식의 출현도 인간본성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이야 수학이 전문화 되어 수학자만이 수학을 다루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아이작 뉴턴처럼 전문 수학자가 아닌 이들도 수학을 다뤘다는 것은 수학이 인간과 함께 해왔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며 "수학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도 처음부터 수학과 친한 것은 아니었다. 그림을 좋아했던 정 교수는 미술대학에 진학하고자 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수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수학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수학과 크게 관련이 없던 교양과목에서 수학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전공과목을 공부하며 진정한 수학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정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떤 계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성적은 만회할 수 있다"며 "스펙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걷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바람을 전했다.
70여 년의 짧은 역사, 열악한 환경에서의 출발 등 여러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학의 수준은 대단하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ICM)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도 우리 수학의 위상을 대변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우수한 수준에 비해 한국 수학계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 교수는 "아직 필즈상(수학계의 노벨상, 4년에 한번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시상한다) 수상자 중 한국인이 없다"며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동아대학교의 인재들이 국제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는 것이 남은 목표다" 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