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행 모티] 부산을 이야기하는 골목, 이바구길
[지역기행 모티] 부산을 이야기하는 골목, 이바구길
  • 변옥환 기자
  • 승인 2014.03.0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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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 :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 잘못된 일이나 엉뚱한 장소라는 의미로도 쓰임

▲ '동구 인물사 담장'이 있는 골목길.

 부산의 근현대사 문화가 남아 있는 동구 초량동. 그곳에 부산 근현대사의 기억을 담은 이바구길이 있다. 이바구란 '이야기'라는 뜻의 부산 사투리인데, 길마다 삶과 사람의 이야기가 서려 있어 이바구길이라 한다. 초량동은 20세기 초 부산항 개항으로 일찍이 근대화가 이뤄졌다. 지금도 골목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왔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바구길은 부산역 맞은편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옆 골목에서 시작된다. 이바구길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옛 백제병원 건물이 눈에 띈다. 근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건물은 1922년에 지어졌다. 오래돼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이 건물은 현재 무역회사가 사무실로 쓰고 있다.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좁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 벽에는 과거 마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둔 담장갤러리가 있다. 지난 초량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마을에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사진 속 골목길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담장갤러리를 지나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초량초등학교와 초량교회가 보인다. 그 사이 골목길로 올라가면 벽화와 시, 그리고 동구 출신의 인물들을 담은 동구인물사 담장이 나온다. 과거 희로애락이 많았던 동네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인지 벽화는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골목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보기만 해도 아찔한 168계단과 맞닥뜨린다. "동네 사람들은 다 잘만 올라간데이. 맨날 이기만(여기만) 지나가는데 이 계단 오르는 건 일상이제." 한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보니 주민들에게는 이 계단 또한 삶의 일부란 생각이 들었다.

168계단을 서른 걸음 정도 오르다보면 오른쪽 갈림길에서 김민부 전망대를 볼 수 있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가 故김민부 시인을 기리는 이 전망대에서는 작은 야외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를 보니 그 옛날 부산항을 바라보며 임을 기다렸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168계단을 넘어가 망양로에 다다르면 산복도로의 역사를 담은 이바구공작소가 나온다. 아기자기한 공예품들로 꾸며진 이바구공작소는 그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담은 생활자료관이다. 해방에서 오늘날까지 산복도로의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 유치환의 우체통.

이바구공작소를 둘러보고 나와 망양로 아랫길로 쭉 내려가면 '더 나눔 장기려 기념관'이 있다. 이곳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故장기려 박사의 나눔 정신을 잇고자 만든 종합복지센터다. '더 나눔'에는 기념관 및 의료복지시설, 북카페, 일자리센터 등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다시 망양로로 올라와 산복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유치환의 우체통'을 만날 수 있다. 경남여고 교장을 두 번 연임했고, 동구 좌천동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유치환 시인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여기에 우편물을 넣으면 1년 후에 배달된다. 지난해 5월 개소했으니 올해 5월부터 처음으로 우편물 배달이 시작된다.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유치환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인의 방'이 있다. 잔잔히 나오는 음악소리에 시와 펜화를 감상하면서 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해 질 무렵 부산의 야경을 볼 수 있어 산복도로의 낭만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이바구길의 여정은 산복도로 정상에서 끝이 난다. 부산의 지난 세월과 여러 인물의 기억을 더듬으며 걸을 수 있는 동구 초량동 이바구길.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바구길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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