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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오! 나의 여신님소설가 최정희와 루 살로메
안혜진 기자  |  hyejin1537@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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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6  14: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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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최정희(왼쪽)와 철학자 루 살로메(오른쪽)는 동서양의 대표적인 뮤즈다.

 많은 예술가들에겐 작품에 영감을 주는 뮤즈가 있다. 뮤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음악의 여신인 뮤즈에서 따온 말로, 현재 작가나 화가 등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뮤즈가 되어 예술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그 중 소설가 최정희, 철학자 루 살로메는 동서양의 대표적인 뮤즈다.

루 살로메와 최정희는 당대 보기 드문 인텔리였다. 살로메가 살던 시대엔 여성의 대학 입학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녀는 취리히 대학에 입학했고 많은 저서를 남겼다. 최정희 또한 어린 나이에 일본 유학을 가고, 조선일보 기자로 명망을 떨치던 이른바 '신여성'이었다. 그 시대 여성들과는 다른 똑똑하고 고매한 매력이 많은 남성들을 자극했을 것이다.

두 여인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들의 의도가 어땠든 남성 예술가들은 그녀들을 향한 사랑에 힘들어 했다. 시인 이상은 그의 소설 『종생기』의 여주인공을 정희라고 설정했다. 소설 속 정희는 이상 선생을 흠모해 많은 러브레터를 보낸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의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실제로 최정희는 이상의 구애를 거절했다. 사랑에 실패한 이상은 연서에 "너를 떠나는 슬픔을, 너를 잊을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고 한다…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날 찾거든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든 너는 부디 내게로 와 다고"라고 표현했다.

시인 백석도 6살 연상이었던 최정희에게 청혼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백석은 청혼을 거절한 그녀에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지어 보냈다. 이 시의 뮤즈가 기생 자야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실이다. 또한 백석은 편지에 '사람이 사랑하다가 사랑하게 되지 못하는 때 하나는 동무가 되고 하나는 원수가 되는 밖에 더 없다고 하나 이 둘은 모두 다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썼다. 사랑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살로메는 그야말로 팜므파탈이었다. 많은 남성이 그녀를 원하고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로 유명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시집 '그대의 축제를 위하여'에서 살로메를 "너는 밤과 시간의 뒤에 우는 닭소리다. 너는 이슬이다. 아침 미사다. 소녀다. 낯모르는 남자다. 어머니다. 죽음이다"라고 표현했다. 릴케에게 살로메는 연인이자 친구, 혹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도덕 감정의 기원』으로 유명한 철학자 파울 레는 그녀에게 청혼했지만 거절 당했다. 청혼을 거절한 살로메는 파울 레와 절친한 철학자 니체와 함께 3인 동거를 제안했고 파울 레는 이를 받아들였다. 기묘한 동거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타는 살로메를 극도로 싫어했고, 니체에게 그녀에 대한 루머를 계속 말했다. 루머에 점차 세뇌된 니체는 그녀를 극도로 미워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파울 레도 살로메에게 버림받자 강에 투신해 죽는다.

살로메의 또 다른 연인이었던 릴케는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살로메의 뜻대로 이름을 '르네'에서 '라이너'로 바꿨고, 살로메의 필체까지 흉내 냈다. 이렇듯 살로메를 향한 릴케의 사랑은 복종적이고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살로메는 릴케에게 이별을 고했다. 릴케는 이 충격으로 조각가였던 클라라와 홧김에 결혼하지만 평생 살로메를 잊지 못하고 살아갔다.

하지만 여러 남성의 사랑에도 오히려 뮤즈들의 삶은 기구했다. 살로메는 카를 안드레아스와 결혼했지만 이 결혼 생활도 일반적인 결혼 생활이 아니었다. 둘은 이혼할 때까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살로메는 이혼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에게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살로메는 유부녀인 상태에서 미혼 남성들과 자유롭게 연애를 했다.

최정희는 일본 유학 때 만난 영화감독 김유영과 결혼했다. 하지만 난폭한 성격인 김유영과의 결혼 생활은 곧 끝을 맺고 시인 김동환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두사람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다. 김동환은 6.25전쟁 발발 직후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최정희와 그녀의 두 딸은 평생 추억을 안고 김동환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어머니가 소년을 남자로 만드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여자가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도 안 걸린다"라고 말했다. 최정희와 루 살로메에게 다가온 남성들은 현재 각 분야에서 최고로 치는 남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 앞에 바보가 됐다. 하지만 사랑에 눈 먼 바보들은 그녀들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사랑만 바라보기엔 그녀들의 이상이 너무나도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도서
<『그 이상은 없다』, 오명근, 동양문고,2006>,
<『루 살로메 - 자유로운 여자 이야기』, 프랑수아즈 지루, 해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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