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기자] 삶의 또 다른 양식,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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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엽 특임기자
  • 승인 2014.11.10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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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솔로계급의 경제학』
▲ 청년들의 솔로화 현상에 주목한 경제학자 우석훈은 저출산 현상이 청년들의 '결혼하지 못함 또는 결혼하지 않음'에 있다는 것을 꼬집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이 됐다. 국가를 지탱해줄 젊은 층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가가 부양해야할 노인층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낳자'고 설파하거나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주로 써왔다. 출산지원금이나 출산장려금을 주거나, 보육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인 관계를 맺고,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낳는 것. 지금까지 결혼과 출산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삼포세대란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현재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 되었다. 가깝고도 먼 것, 할 수도 있지만 쉽게 하긴 힘든 것. 이것이 청년들이 생각하는 결혼과 출산의 현주소다. 스스로가 살만하다고 여기지 않는 이상, 결혼과 출산은 이제 청년들의 선택지에서 배제되고 있는 추세다.

출산보다 결혼이 문제

청년들의 솔로화 현상, 이것에 주목한 학자가 있다. 바로 경제학자 우석훈이다. 그는 『솔로계급의 경제학』(2014)이라는 책을 통해 저출산 현상이 청년들의 '결혼하지 못함 또는 결혼하지 않음'에 있다는 것을 꼬집고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걱정하는 출산율과 관련된 최근의 주된 흐름은 결혼한 사람들이 아이를 덜 낳는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 결혼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33쪽)는 것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는데 2억여 원의 비용이 든다. 그중 남성이 부담하는 비용이 1억 5,000여만 원, 여성이 부담하는 비용이 5,000여만 원이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2,355만 원이라고 하니, 연봉의 절반을 저축한다고 해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아야 하는 돈이다. 더불어 자녀 한 명당 대학졸업까지 대략 3억 원의 양육비가 든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려고 보면 절로 '억'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남들의 시선에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아이를 남들보다 못하게 키운다는 것은 일종의 수치다. "많은 20대 솔로가 결혼을 포기한 이유로 아기한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가 출산과 육아에서 최상급의 기준에 맞춘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그 비용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해서 아기한테 못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심적 부담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았다"(71쪽)는 저자의 말은 꾸며낸 말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은 이전까지 당위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선택의 영역일 뿐이다. 분명,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본능이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섹스를 뛰어넘는 경제적 동기가 존재하고, 실제로 섹스와 메이팅을 배제한 경제적 행위가 대규모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 초식남 현상을 뛰어넘어 무성애, 에이섹슈얼(asexual)이 이미 문화 현상으로 등장할 정도이다."(29쪽)

대한민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제 삼포세대를 넘어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의 솔로화 현상은 하나의 현상을 넘어 사회의 한 구성체로서 공고화됐다. 청년들은 이제 '결혼해라', '아이를 낳아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단지 명절에 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그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사회에 녹여내고, 적응해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 결혼과 출산은 이전까지 당위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선택의 영역일 뿐이다. 분명,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본능이며 당연한 일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이영주 기자>

솔로화 현상에 관한 적응과 완화

대한민국 사회가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청년들의 솔로화 현상은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극단적인 양극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는 청년의 솔로화 현상의 전조에 불과한 것이다. 절반에 가까운 청년 인구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국가는 끝내 망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청년의 솔로화 현상에서 파생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를 강화한다거나 '청년뉴딜'을 통한 청년실업 해결을 도모하는 등의 청년생활보장 정책에서부터 프랑스식 육아를 도입한다거나 거품이 가득 껴 있는 교육을 개혁하는 것과 같은 출산육아정책까지 다양하다. 더불어 한국 남성의 가사분담률(OECD국가 평균 31.97%, 한국 16.52%)을 언급하면서 솔로 남성에게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빵 구울 줄 아는 남편이 되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해결책들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가진 사회적 역량은 일정한 용량이 있다. 다시 말하면 청년 문제에 관한 지원을 위해 기존의 몫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이 아닌 이들, 예컨대 결혼한 부부나 노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빤하다. 그러나 인간이 이질적인 것의 결합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살아남았듯, 반발보다는 적응하고 완화함으로써 공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솔로로서의 삶은 결핍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패턴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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