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있다④] 47년 전, 마지막까지 부산을 달리던 전차
[박물관이 살아있다④] 47년 전, 마지막까지 부산을 달리던 전차
  • 박유안 기자
  • 승인 2015.06.0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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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민캠퍼스에 부산전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석당박물관>

"오전에 강의가 있어 집에서 '지하철'을 탔어요. 학교 근처 역에 내려 순환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어요. 강의를 마치고는 급한 일이 생겨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이처럼 현재 대부분의 대학생은 도시철도(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하지만 갑자기 1915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시내에는 '전차'가 달리고 있을 것이다.

전차는 주로 도로상에 있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전동차로, 공중에 설치된 전선이나 제3의 레일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898년 처음으로 서울에서 운행이 시작됐다. 1915년에는 조선와사전기에서 부산궤도를 매수해 부산에서도 전차가 다녔다. 당시 사람들에게 전차는 오늘날의 버스만큼이나 대중화된 교통수단이었다.

부산 시내에서 마지막까지 운행됐고,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국산 전차가 우리 대학교에 보존돼 있다. 현재 부민캠퍼스 법과대학 옆에 전시돼 있는 부산전차는 1927년 미국 신시내티 차량회사에서 제작한 GP&L860~899 시리즈 중 893호로, 미국 애틀랜타에서 운행됐던 전차였다.

부산전차는 한국전쟁 이후 복구과정의 일환으로 1952년과 1956년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미국은 전차 93대를 무상 원조했고, 그중 39대가 부산에 배정됐다.

부산 시내를 누비며 운행했던 전차는 대중교통수단이 점차 다양화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끝내 사업성을 개선하지 못해 1968년 5월 19일을 끝으로 역사 속에 묻혔다. 부산전차는 우리 대학 설립자인 故 정재환 박사의 요청으로 1969년 기증받아 구덕캠퍼스에 보관되고 있었다.

이후 부산전차는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 개관 시기에 맞춰 옮겨와 보존처리와 복원작업을 거쳤고, 2011년 학생들과 일반시민에게 공개됐다. 1년 뒤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제494호로 지정됐다.

부산전차의 내부에는 2명씩 앉을 수 있는 24개의 의자가 있으며, 입석을 포함해 100여 명이 탈 수 있다. 천장에는 특이한 손잡이가 하나 달려 있는데, 손잡이를 아래로 당기면 승무원 머리 부근에서 벨이 울린다. 전차 바깥에는 당시 전차가 다녔던 노선인 재판소 앞(현 우리 대학 부민캠퍼스), 서면, 온천장 등이 적혀 있다.

현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선과 닮았다. 그 옆에는 '말표신발'이라는 광고도 붙어있다. 오늘날 버스의 광고판을 떠올리게 한다. 비나 폭설 등 관리상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휴관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1~2시 사이에 관람 가능하다. 석당박물관은 당시 탑승권을 재현해 관람자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어 과거로 돌아가 전차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석당박물관 박창열 큐레이터는 "물론 달리지 못하는 전차지만, 추억을 찾아 오는 관람객이 꽤 많다"며 "국내 유일한 부산전차가 우리 대학에 전시돼 있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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