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시대··· 오늘도 청년은 아프다
우울의 시대··· 오늘도 청년은 아프다
  • 이진영 기자
  • 승인 2019.03.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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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 최윤지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최윤지 기자

 개강 후,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개강을 맞은 캠퍼스는 푸릇한 기운이 가득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개강은 우울의 시작이다. 이들은 개강이라는 현실에 우울함을 느낀다. 개강 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무기력, 소화 불량, 수면 부족, 신경과민, 현실도피 등으로 나타난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도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청년세대에 횡행하고 있는 청년 우울증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우울증 실태는 어떨까. 본지는 지난달 13일부터 20일까지 7일간 우리 대학 학생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설문에 응답한 66.3%(136명)의 학생이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음이 나타났다. 이들은 △대학 내 인간관계(41.9%, 57명) △취업 준비(27.2%, 37명) △방대한 전공(15.4%, 21명) △등록금 부담(5.1%, 7명) 등이 우울증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밖에 미래에 대한 고민, 반복되는 좌절, 불우한 가정환경 등이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울증을 앓을 때 △기억력이 감퇴했다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됐다 등의 답을 내놨다. 이처럼 취업난과 인간관계에 지쳐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우울함에 각박한 사회

 오늘날의 청년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대의 우울증은 4년간 22.2%P 증가했으나 그중 소수만이 병원을 방문했다. 이는 우울증을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의 탓이 크다. 수년간 우울증의 존재는 가시화돼왔으나 여전히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공고하다. 편견은 개인의 나약함을 비난하거나 동정하는 식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우울증은 전두엽과 변연계, 즉 뇌의 기능이 떨어지며 발생한다. 이는 우울증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울한 감정을 삭이게 되면 불면증, 사회공포증(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받을 여건이 안 된다면 누구에게든 우울함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터놓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조언과 현실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오늘날 청년들이 우울을 호소할 곳은 마땅치 않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적 시선과 개인주의의 확산 때문이다. 

 무민 세대의 자조적 문화···"대충 살자"

 이에 청년들은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다. 최근 무의미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무민(無Mean) 세대 사이에서 '대충 살자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대충 살자 시리즈는 무기력하고 자조적인 태도에 기초한다. 관자놀이에 헤드폰을 낀 캐릭터 아서를 보고 "대충 살자, 귀가 있어도 관자놀이로 노래 듣는 아서처럼"이라고 말하거나 높은음자리표를 휘갈겨 쓴 베토벤의 악보를 보고 "대충 살자, 베토벤의 높은음자리표처럼"이라고 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대충 살자 시리즈에 깔린 청년들의 아우성에 주목했다. 이택광(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 언제까지?…무민 세대의 외침 '대충 살자'(세계일보, 2018.10.27)에서 "대충 살자 담론에는 (대충 살아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국가가 개인을 돌봐 달라는 복지제도에 대한 요구가 숨어 있다"며 "이를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닌 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충 살자 시리즈를 선도하는 청년들이 자조적 태도로 우울함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픈 청춘에게 보내는 위로 : 힐링 에세이

 자조적으로 '대충 살자'던 청년들은 서점가로도 눈을 돌렸다. 최근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곰돌이 푸 원작, 알에이치코리아, 2018),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웅진지식하우스, 2018),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흔, 2018)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해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는 에세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71% 늘었다고 집계했다. 그중 힐링 에세이는 62.3%를 차지하고 있었다.

 힐링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는 이세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 학생은 "문체가 간결해서 술술 읽히고 일반인의 에세이라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쉬웠다"고 전했다. 그는 "타인과의 비교로 우울해질 때 힐링 에세이를 읽는다"며 "나만 힘든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위로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년들은 힐링 에세이를 통해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

 윤성은 문화평론가는 "청년층이 힐링 에세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힐링 에세이가) 경쟁 중심 사회의 청년들을 위로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남보다 앞서가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는 중요한 의미"라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부딪혀 본 작가의 조언이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중증 우울증 환자가 힐링 에세이를 읽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우울증 환자가 (힐링 에세이를 통해) 자가 치료를 한다면 우울증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을 향한 도움의 손길

 대충 살자 담론과 힐링 에세이 열풍은 우리에게 청년 우울증의 존재를 알렸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청년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의 건강검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건강검진 실시기준 개정안을 시행했다. 40대 이후로 실시하던 정신건강검사(우울증) 대상을 20~30대로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청년들은 정신건강검사 비용 부담을 한층 덜 수 있게 됐다. 국민 정신보건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신 보건센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센터는 주로 지역별 보건소와 연계돼있어, 면담 신청을 하면 전문의와의 면담이나 파견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 후에는 보건소에서 상담자의 조건에 맞는 병원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한편 우리 대학 학생들은 더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바로 학생 상담센터다. 학생 상담센터는 △개인 상담 △집단상담 △심리검사뿐만 아니라 △슬기로운 대학 생활 △Stress off ground △행복학 등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 상담센터에 따르면 연간 22,000명의 학생이 검사와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편으로, 프로그램 대부분이 4점대의 평점(5점 만점 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학생 상담센터 양민정 연구교수는 오늘날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청년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센터에 방문하는 학생들은 (우울증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편"이라며 "문제는 우울증을 방치해 심각해지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는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본인이 우울증임을 인지해야 하는 것과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덧붙여 "우울증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생긴다"며 "이에 따라 심리치료 및 상담, 약물치료, 자가 스트레스 관리 등 자신에게 맞는 극복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1708904@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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