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피디아] 야구장의 사관(史官)
[워크피디아] 야구장의 사관(史官)
  • 변옥환 기자
  • 승인 2014.06.02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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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기록원
▲ KBO 기록위원회 이종훈(49) 팀장.

역사의 현장에는 항상 기록이 남는다. 이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그 중 야구는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유독 기록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야구는 경기 중에 일어나는 사소한 상황 하나하나까지 모두 기록지에 남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기록원은 야구경기의 모든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는 야구계의 사관(史官)이다. 프로야구 기록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1991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순간을 기록해온 KBO(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회 이종훈(49) 팀장을 지난달 24일 울산 문수 야구장에서 만났다.

한국 프로야구 기록원의 업무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시작된다. 기록원은 당일 맡은 경기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야구장 내 기록원실에 자리를 잡고 기록지와 펜, 전산 기록장치 등을 준비한다. 경기시작 1시간 전, 양 팀 감독의 오더(선발명단) 교환 때 심판에게 받은 오더를 꼼꼼히 확인 후 이상이 없으면 전광판 오퍼레이터(전광판 조작원)에 오더지를 넘겨 전광판에 올린다. 그리고 기록지에 옮겨 적고 경기를 준비한다. 프로야구 기록원은 보통 2명이 1조가 되어 활동한다. 이종훈 팀장은 "한 명은 경기 내용을 기록지에 펜으로 쓰고 한 명은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매 순간을 기록해 KBO 측에 즉시 전송한다"며 "흔히들 보는 야구경기 인터넷 문자중계 서비스는 현장에서 공식 기록원들이 입력하는 전산 자료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KBO기록원은 야구의 결과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타구 판단이나 선발승이 아닐 때의 승리투수 선정 등을 하기도 한다. 실책과 안타의 판단 여부에 따라 투수의 평균자책점이나 타자의 타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종훈 팀장은 '객관성'을 강조했다. 야구기록원은 경기를 보며 찰나의 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는 "기록원은 야구를 볼 때 공만 쫓아서는 안된다"며 "주자도 함께 보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생각하며 야구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야구기록원은 그와 관련된 전문학과가 있는 것도, 야구기록을 교육하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KBO 주관으로 기록강습회를 매년 개최한다. 이종훈 팀장은 "야구기록과 관련된 일반 학사과정이 현재는 없기 때문에 주로 독학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며 "야구기록원은 채용과정에서 학력을 보지 않기 때문에 기록에 관심이 있거나 야구 기록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조건 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KBO 기록원의 총 인원은 15명이다. 자리가 적은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매년 초 열리는 기록강습회를 통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을 선발한다. 하지만 매년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이종훈 팀장은 "지금까지 프로야구 기록원은 결원이 생겼을 때만 뽑았다. 하지만 내년 KT가 10번째 구단으로 리그에 참가하게 되면 그만큼 기록원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팀장의 말에 따르면 "프로야구 기록원은 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야구경기에 직접적인 참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책"이다. 전국 야구장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기록원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그는 "야구에 미친 사람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푹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기록원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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