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일은 우리 대학교의 68번째 생일이다. 1946년 개교한 우리 대학은 70년 가까이 되는 역사 속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46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나라와 기업체의 중역이 됐고 1970~1980년대 학생운동을 겪은 이들도 지금은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 대학 또한 세월의 성장통을 겪었다. 캠퍼스의 모습, 학과, 과목도 모두 변했다. 오래된 역사만큼 성장한 우리 대학의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지금은 사라진 이색 과목·학과
과거 학생들은 어떤 과목들을 배웠는지 우리 대학이 발간한 '대학생활 안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학교생활 안내 목적으로 발간한 이 책은 학과 소개는 물론 동아리 소개 등 학생에게 도움 되는 유익한 정보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으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문계열 교양 선택에 자연계열 교과목이 있고 자연계열 교양 선택에 인문계열 교과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과 계열 학생이 '수학 개론'이나 '자연과학 개론'을 배우고 이과 계열 학생도 '철학 개론' 등을 배워야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7개 영역 중에서 5개 영역을 선택해 영역별로 최소한 1과목 이상 이수해야 인정해줬던 제도와 유사하다. 현재는 이 제도가 사라져 영역 관계없이 교양을 선택해도 된다.
'대학생활 안내'에 따르면 1987년 공통교양은 △국어 △한국사 △국민윤리 △영어 △체육 △교양독서였다. 눈에 띄는 과목은 국민윤리다. 학생들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비교해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민족 통일에 대해 연구하고자 공통으로 이 강의를 수강했다.
남학생과 여학생 과목도 따로 존재했다. 남학생들의 공통교양 교과목은 △교련1 △교련2 △병영집체교육이었고, 여학생 공통교양 교과목은 △가정간호학 △여성학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교련은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 체력단련과 기초 군사지식을 배워 유사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과목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남녀 고유의 성 역할을 강조하는 과목들을 가르쳤다.
각 학과들의 전공과목에도 재밌는 것들이 많다. 81년 교육학과에서는 '정신위생' 과목을 배웠다. 정신위생은 현대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이었다. 지금은 아동가족학과로 바뀐 가정관리학과에서는 '실내장식'을 배웠다. 실내장식과 생활공간 활용을 배우는 과목이었다.
당시의 과목들 중 재밌는 과목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학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산울림의 멤버 김창완이 서울대 잠사학과를 나왔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한 방송에서 그는 "비단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배웠다. 지금은 없어진 전공이다"고 말했다. 그가 다녔던 잠사학과는 우리 대학에도 존재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1965년에 신설돼 1990년에 천연섬유학과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는 유기재료고분자공학과로 변경되어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농학대학은 현재 생명자원과학대학으로 바뀌었다. 농학대학에선 '농학실험' 등의 실험 과목과 '농업협동조합론'의 이론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