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그리고 지방대 ④] "국립대·사립대 역할 분담 필요하다"
[동아대 그리고 지방대 ④] "국립대·사립대 역할 분담 필요하다"
  • 박주현 선임기자
  • 승인 2022.04.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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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물었다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처장

2040년 되면 입학 정원 절반 줄여야
국립대는 기초학문, 사립대는 4차 산업혁명 대비
'마이크로 칼리지'·'나노디그리' 제안
사립대 예산 지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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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 위기는 지방대 몰락을 예고한다. 우리 대학교 역시 지방대이므로 이 위기를 벗어날 순 없다. 정부의 지원 아래 운영되는 지방 국립대와는 달리 지방사립대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인구절벽', '대학 규제', '대학 재정난'.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황인성  사무처장은 현재 지방사립대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1999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근무했으며 대교협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2018년부터는 사총협에서 일해온 고등교육 전문가다. 지방사립대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그에게 물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처장.
<사진=박주현 기자>

 

'지거국'만 살리면 중소도시 황폐화

황인성 사무처장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지금도 대학이 위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심해질 거라 예견했다. 그는 "2040년이 되면 현재 모집 정원에 절반 정도가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지난해 출생아 수를 들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2022학년도 입학생인 2003년생(49만 3,471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교협 및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2023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3학년도 일반대학·전문대학 정원 내 입학정원은 46만 8,201명이다(본지 1172호 4면 참고). 황 사무처장의 주장대로 현행 입학 정원의 반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는 "절대적인 공급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 또한 지방사립대 위기의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상황이다. 그는 "수도권에 거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매우 많다는 뜻"이라며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데 이를 막으려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향하지 않게끔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대학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이에 관한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을 살리는 방안으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할당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역시 지역인재 50% 채용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황인성 사무처장은 "소수가 혜택받는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은 한계가 있다. 전체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역 대학에 기업이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선 지방거점국립대(이하 지거국)를 비롯한 국립대를 위한 후보들의 공약은 풍부했다. 그러나 후보들은 지역 사립대 위기 극복에 관한 공약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본지 1173호 4면 참고). 황 사무처장은 "지거국은 대도시에 있지만, 지방사립대 대부분은 중소도시에 소재한다"며 "지거국을 지원한다면 지방 대도시만 살아남는다. 풀뿌리 중소도시를 위해 지방사립대를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대 재구조화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황 사무처장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대는 지역에 있는 사립대를 보조하는 역할로 기능해야 한다"며 국립대에 경쟁력 있는 학과가 왜 필요한가 반문했다. "사립대와 중첩되는 학과는 폐지하고 국립대는 수익과는 벗어난 기초학문이나 인문학 중심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가 백화점식 종합대학이 아닌 진정 학문만을 위한 대학(University)로 재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전체 대학 중 사립대가 80%라는 사실을 염두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르면 134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종합대학인 우리 대학 학과(65개)의 두 배 이상이다.

지난달에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사례 역시 지적했다. 그는 "사립대는 포화상태라며 평가를 통해 정원 감축을 하는 시점에서 국립대를 또 설립하는 것이 옳지 않다"며 "에너지 특성 학과가 이미 일반대학에도 모두 존재하고, 과학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나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등이 있는 상황에서 혈세를 투여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사립대 패러다임 바꿔야

4차 산업 혁명 대비 및 대학 경쟁력을 위한 사립대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 칼리지' 도입을 제시했다. 지방사립대 역시 백화점식 종합대학이 아니라, 지역 내 대학들의 중첩된 학과를 공유대학 형태로 전환하고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전공과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역에 특화된 학과에 집중하자는 뜻이다. 그는 "지역 내 중첩된 학과의 경우 공유 형태로 공동 강의를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자체-산업체-대학 협업으로 대학이 지역 내 기업에 맞춘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으로 대학을 선도하기 위해 대학의 경상비 보조를 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가 말했듯 시대 흐름에 따라 대학도 빠르게 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황 사무처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도 많고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도 많을 것"이라며 "새로 생긴 직업을 교육할 기회가 필요해진다. 이를 위해 지방사립대가 이제껏 학생만을 교육 대상으로 봤다면 그 범위를 평생교육 차원에서, 성인들을 위한 재교육 차원에서 성인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노디그리'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그는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이하 SSAFY)를 예시로 들며 "SSAFY를 이수한 취업준비생 같은 경우 기업에서는 우대해준다. 최근 기업들은 이를 이수한 학생의 학벌을 보지 않고, SSAFY에서 훈련한 실무 능력을 높이 사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간의 집중교육으로도 학위를 주는 나노디그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립대 규제 완화해야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의하면 대학설립을 위해서는 4대 요건이 존재한다. △교사(교육기본시설, 지원시설 및 연구시설 등) △수익용기본재산 △교지 △교원에 대해 일정 기준 충족해야 대학설립이 가능하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앞서 언급한 대안을 실행하기 위해 이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반드시 학생이 강의실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황 사무처장은 대학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의 유휴부지를 활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 포럼에 토론자로서 참여한 바 있다. 그 당시 포럼에서는 '대학재정위기 대안으로서 공유경제와 세법상 문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가 "대학은 공간·시설·지식·인적·경제적 자원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공간시설 자원은 접근성이 좋고, 지역 사회 내 가장 발달한 인프라를 갖추어 지역 내 매력도가 높은 자원에 해당한다"며 "대학은 수익사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규제로 인해 공유경제 공급자로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공유경제의 새로운 공급자로 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서 황 사무처장은 "지역 거점 역할을 하는 지방대가 없어지면 지역경제와 문화가 퇴보하거나 소멸할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함과 동시에 대학과 지역사회 관계를 원활하게 해 지역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써 공유경제를 고려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미네르바 대학의 성공 역시 이에 대한 근거로 언급했다. 미네르바 대학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복합 교육기관으로써 미국 하버드대보다 입시 경쟁률이 높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미네르바 대학은 2학년부터 학기마다 세계 6개 도시를 순회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다"며 "협력 기업과 단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이 산학협력 및 공공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그래서 규제가 없으므로 미네르바 대학이 교지와 교사를 확보하지 않아도 됐다"고 설명했다.

 

턱없이 부족한 사립대 재정지원

정부는 대학 재정 투자에 소극적이다. GDP 대비 공교육 대학 부문 정부 재원은 OECD 평균보다 부족한 수준이다(본지 3면 참고). 이렇게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인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황인성 사무처장은 교육부 예산을 살펴보면 국립대 지원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은 12조 35억 원이다. 이 중에서 국립대 운영지원비 3조 8,348억 원과 국가장학금 지원비 4조 1,861억 원을 제외하면 3조 1,246억 원뿐"이라며 "이 예산 규모로 전국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예산도 국공립대학이 지원받기 때문에 사립대와 전문대는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적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내국세 20.79%를 교부금으로 마련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예산으로 활용한다. 황 사무처장은 "최근 세수가 늘면서 이월액 및 불용액이 상당히 늘었다. 2019년에만 약 6조 6천억 원 수준"이라며 "이를 대학에도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기획에서는 계속해서 지방사립대 생존을 위한 전문가들의 대책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제1175호에 계속

박주현 선임기자
190686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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